올해 글로벌 금융시장이 빠르게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신약개발 바이오텍에 대한 투자 시장도 얼어붙고 있다. 상장 바이오텍의 기업 가치가 크게 낮아졌고, IPO(기업공개) 문턱은 예년에 비해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차세대 면역항암제를 개발 중인 넥스아이(대표 윤경완)가 지난 7일 220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혀 관련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이번 투자는 DSC인베스트먼트와 더불어 기존 투자자인 슈미트,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하나벤처스 등도 참여했다. 신규 투자자로 스톤브릿지벤처스, TS인베스트먼트, CJ인베스트먼트, 원익투자파트너스, 메디톡스벤처투자, GC녹십자 등 6개 기관이 투자에 참여했다. 특히, GC녹십자는 전략적 투자자(SI)로 넥스아이와 중장기적 협력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히트뉴스는 박동영 DSC/슈미트 바이오팀 투자심사역을 만나 VC(벤처캐피탈)가 넥스아이에 투자하게 된 배경을 들어봤다.
이번 투자 라운드에 DSC를 비롯한 기존 투자자뿐만 아니라 6군데 기관이 신규 투자자로 참여했습니다. 많은 VC들이 넥스아이 투자에 나선 이유가 뭔가요?
2011년 CTLA-4 타깃 면역관문억제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 ICI) '여보이(성분명 이필리무맙)'의 허가를 시작으로 PD-1, PD-L1, LAG-3 등 다양한 타깃을 기반으로 한 ICI가 허가를 받았습니다. ICI는 현재 다양한 암종(비소세포폐암, 흑색종 등)에서 다양한 요법(수술 전 투여, 수술 후 투여, 병용 투여, 단독 투여 등)으로 처방되고 있으며, 2021년 기준 대표적인 PD-1 타깃 ICI인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의 글로벌 매출은 약 17조원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암종에 따라 반응률의 차이가 있으며, 특정 암종에서는 PD-L1을 과발현하고 있는 환자에게서만 유의미한 효능을 보인다는 등의 한계점도 있습니다. 즉, 여전히 ICI의 임상학적 이점(Clinical Benefit)을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다수 존재하며, 이에 대한 의학적 미충족 수요(Medical Unmet Needs)가 있는 상황입니다. 넥스아이는 기존 ICI 내성 또는 불응성 환자를 위한 First-in-class 차세대 면역항암제를 개발하는 기업이며, 많은 투자자들이 회사의 신약개발 전략에 공감했습니다.
넥스아이는 온코카인(ONCOKINE) 발굴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창업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는 시점에서 KDDF 과제에 선정됐고, 올해 SCI급 논문 4편을 게재했습니다. 타 면역항암제 개발 바이오텍과 다른 넥스아이의 차별화된 강점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넥스아이의 가장 큰 강점은 기존 ICI 내성 또는 불응성 유발 인자인 'ONCOKINE(넥스아이 자체 명명)'을 발굴할 수 있는 플랫폼을 자체 구축했다는 것입니다. 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기존 ICI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다양한 First-in-class 타깃을 발굴하는 것이 가능하며, 파이프라인 확장성 또한 높아 회사가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했습니다.
투자를 위한 데이터를 검토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포인트 중 하나는 "회사가 진행한 비임상 실험이 얼마나 임상학적 연관성(Clinical Relevance)이 높은가?"입니다. 많은 회사들을 검토해 본 결과, 다수의 회사들이 실제 임상과는 연관성이 낮은 비임상 실험을 진행한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ICI 내성 극복 약물을 개발 중임에도 일반 세포주 모델에서만 병용 효과를 확인한 케이스가 해당됩니다. 물론 이 실험도 유의미한 정보를 줄 수 있겠지만, 실제 임상과의 연관성은 낮은 실험 모델입니다. ICI 내성 세포주 모델에서 약효 평가를 진행한다던지 또는 ICI 투여 후 종양이 다시 자라는(Rebound) 시점에서 개발 중인 약물의 투여를 시작해 효능을 평가한다던지 등의 좀 더 실제 임상과 유사한 약효 평가 모델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좋은 비임상 결과가 임상 성공을 위한 충분 조건은 아니겠지만, 임상학적 연관성이 높은 비임상 실험을 진행하는 것이 비임상과 임상의 차이(Gap)를 줄이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넥스아이는 우수한 바이오텍입니다. ICI, 입양세포요법(Adoptive Cell Transfer), 항암 백신(Cancer Vaccine) 등 면역항암제에 내성을 가진 다양한 세포주들을 확보했으며, 이들을 타깃 발굴과 약효 평가 모델로 사용하기 때문에 임상학적 연관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넥스아이는 리드프로그램 'NXI-101', 'NXI-201'이 단독 투여뿐만 아니라 항암면역치료법과 병용 투여에서도 유의미한 항종양 효능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추후 임상학적 관련성이 더 높은 huMice-PDX(Humanized Mice Patient-derived Xenograft) 모델에서 효능 평가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넥스아이는 창업 초기부터 글로벌 빅파마와 기술이전(L/O)을 위한 물밑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VC에서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을 높게 평가했나요?
네 그렇습니다. 투자자에게 특정 회사가 어떤 리스크를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듯이 바이오텍도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약점은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IPO의 문턱은 점점 높아져가고 있으며, 국내 바이오텍도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가져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이 됐습니다. 넥스아이는 아직 초기 단계의 바이오텍이며, 글로벌 기술이전을 위해서는 부족한 면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넥스아이는 회사가 신약개발에 있어 어떤 제한점을 갖는지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었으며, 이를 해결하고자 개발 초기부터 다수의 글로벌 빅파마와 미팅을 진행했습니다. 글로벌 빅파마와의 미팅으로 그들이 요구하는 데이터 패키지를 확인했으며, 글로벌 수준에 맞는 데이터를 확보해 조기 기술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리드 투자자인 DSC인베스트먼트(자회사 슈미트)가 넥스아이 투자를 하게 된 이유가 뭔가요?
넥스아이가 투자자와의 약속인 마일스톤(Milestone)을 꾸준히 달성하는 모습을 좋게 평가했습니다. DSC 바이오팀에서 시드(Seed)부터 시리즈A(Series A)까지 지속적으로 투자해왔고, 회사의 빠른 성장을 위해 공격적인 마일스톤을 제시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넥스아이는 매 투자 라운드마다 약속한 마일스톤을 모두 달성하는 뛰어난 수행능력을 보여줬기 때문에 이번 시리즈A 투자에도 참여했습니다.
학회서 단골처럼 나오는 질문이 있습니다. "면역항암제를 병용투여 하는 경우 어떤 바이오마커(Biomarker)를 사용할 것인가?"입니다. 예를 들어, 키트루다(Keytruda)와 ONCOKINE-1 타깃 NXI-101을 병용투여 하는 경우 PD-L1 TPS(Tumor Proportion Score)를 바이오마커로 할 것인지 아니면 ONCOKINE-1의 발현을 바이오마커로 할 것인지에 대한 이슈입니다.
회사 IR 발표 자리에서 위와 같은 질문을 드렸고, 넥스아이의 답은 "아직 잘 모르겠다"가 아니라 "이미 ONCOKINE-1의 발현을 분석할 수 있는 시험법을 개발 중이며, 이를 임상 시험에 적용하고자 한다"였습니다. 정답의 여부와 상관없이 이런 구체적인 전략을 가지고 있는 회사이기 때문에 지금보다는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회사입니다.